금수저도 불리한 것이 있다. 어찌 그림자 없는 인생이 존재하겠는가. 그 불리함은 무엇인가? 영적(靈的)인 성숙이 어렵다는 점이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영적인 성숙은 피, 땀, 눈물이라는 3가지 액체를 바가지로 흘리지 않고는 어렵다. 아이비리그 졸업하고 MBA졸업한다고 리더십이 생기는 게 아니다. 어림 턱도 없는 소리이다.
부잣집에 태어나게 되면 도 닦기가 어렵다. 불가에서 전해져 오는 말이 있다. '전생 도 닦아서 부잣집에 태어나게 되는 것이 가장 하질이다'라는 말이다. 물질적 풍요는 대부분 주색잡기로 빠지도록 유도한다. 인간 세계에 큰 가르침을 준 성인들을 보면 '조실부모 인생 파탄'으로 태어난 경우가 많다.
어려서 일찍 부모를 잃거나 아니면 인생 파탄이 나 봐야만 완전한 제로 베이스에서 인생 출발을 한다. 완전한 제로 베이스가 되면 철저하게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특징이 철저하게 자기 눈으로 사물을 보는 관점을 지닌다는 점이다.
예수가 그렇다. 마구간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많은 관점을 시사한다. 완전히 밑바닥 출신임을 의미한다. 공자도 그렇다. 무당의 딸로 태어난 10대 후반의 어머니와 70세 다 된 아버지 사이에서 야합(野合)으로 태어난 아들이 공자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동학을 창시한 수운 선생도 비천한 출생이다. 천출(賤出)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온갖 천대를 받으며 자랐던 것이다. 인도의 시성(詩聖) 카비르(Kabir·1440~1518)는 창녀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를 잘 만나면 그 사람의 인생 전반부를 지배한다. 인생 50%는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에 영향받 는다. 금수저일수록 영향을 많이 받는다. 통제를 많이 받으면 관점의 독립을 못 한다. 주입된 관점에서는 창조를 못 한다. 물질적, 신분적 풍요는 가식(假飾) 속에서 생활하기 쉽다. 그래서 재산을 물려받은 2세나 3세는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의심병도 많다. 가식을 많이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환멸이 심하면 폐병 걸린다. 금수저를 너무 부러워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