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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하는 인생 김홍신 작가는 돈, 명예, 권력을 다 가져봤기에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늘 괴롭고 불안정하다고 등단 4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토로했었다. 남들은 ‘당신 부러울 게 어디 있나? 이정도면 됐지!’하는데, 그는 지금도 밤마다 참회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기자에게 갑자기 종이 하나를 끌어당기더니 참회(懺悔)라고 썼다. ‘참(懺)’이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잘못한 일을 뉘우치는 것이고, '회(悔)'란 지금으로부터 죽는 순간까지 지을 허물을 뉘우치는 것이기에 인생은 죽을 때까지 참회해야 마음이 맑아지고 편해지더라고 했다. 구래공의 육회명(六悔銘)엔 효도, 가족 돌봄, 배움, 말, 돈, 건강 등을 후회거리로 뽑았지만, 요즘에는 ‘공부 좀 할 걸’, ‘말 잘 들을 걸’, ‘돈 좀 잘 모을 걸’들이 후회 랭킹에 들어가 있다. 나이든 남자들은 ‘아내 눈에 눈물 나게 한 것’을 여자는 ‘먼저 간 남편에게 잘 해줄 걸’이 후회 1위 목록으로 나왔다. 배우자나 부모가 죽은 뒤에는 잘해 준 것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못 해 준 것만 생각난다고 했는데 결국 그 과정은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죽을 때는 말 할 것도 없고 살아있는 동안 매 순간 짧은 생을 살면서도 후회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기에, 내 자신도 이미 <후회>에 관한 글, ‘덜 후회하는 삶’, ‘후회 없는 인생’을 썼음에도 지금 또 ‘후회하는 인생’을 쓴단 말인가.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에 처음부터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했었다. 나이가 들수록 돈, 건강, 시간, 자녀들을 생각하며 주저했기에 후회는 더욱 늘어만 간다. 매사 망설이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람의 눈을 의식하므로 생겨난 주저함들 이었겠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의 준비 곧 일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아 여러 핑계를 대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서 인생의 소중한 때를 놓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한숨 내쉴 때 평생 남의 일처럼 느껴졌던 죽음을 생각해 본다. 그러면서도 자기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10년 뒤 아니 노후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되물을 때 과연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봄날 새순처럼 금방 피웠다가 지는 인생에서 ‘후회’라는 과정을 통과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좀 더 긍정적인 자세로 덜 후회하며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다짐해본다. 사람답게 살기위해 새 정권에서는 최저임금 10,000 인상안을 논의하고 있고, 어떤 남자는 힘든 직장을 관두는 일이라고 했다. 이렇게 연대하고 포기하면 정말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올까. 이전보다 경제성장은 했는데 사람답게 살기는 갈수록 더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본시 경제적 문제보다는 사랑하며 사는 존재임을 기억하고 여기서부터 풀려져야만 사람답게 사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겉은 행복할 것 같은 사람도 실상 자기만의 가시로 인해 일상의 철장 안에서 고독한 삶을 살고 있기에 의식주보다 먼저 자신에겐 긍휼로 용서를 받아야 할 자임을 알고 ‘네 탓’ 대신에 ‘내 탓’으로 살아야만, 이웃이 있고 그들과 삶을 나누며 사랑을 노래해야만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인지할 수 있으리라. 사랑 안에 정의가 있다는 것은 사람이 모이는 모든 곳에 이러한 사랑이 바탕을 이루어야만 자연스럽게 정의가 드러나듯, 이웃과 사랑을 양식 삼아야 덜 후회하고 공허한 생 대신에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진정 사람다운 삶을 살게 한다. 사랑이 있고 정의가 있다면 세상에 주저할 일이 있겠는가. 마크 트웨인은 한 번 뿐인 인생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면했다.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은 실패한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실패가 두려워 생각했던 일들을 시작도 안 했거나 아니면 해 본 일중에 실패했을 때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trauma)가 생겨 아예 포기했던 일을 나이가 들수록 더 후회하게 된다. 진실로 내가 꼭 하고 싶은 것이 무언인지를 알았다면 다른 의미론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그 일에 에너지를 다 바칠 각오가 되어있다면 생각을 정리한 후 외적인 환경을 이겨내고 무엇이든지 행동으로 옮기며 바쁘게 살아가야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함에도 부족을 느끼면 자기계발의 기회로 알고 더 큰 것을 바라보며 멈추지 않는다면 기필코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세상이 보여 지면서 후회는 저녁이 있는 안식으로 바뀌게 된다. 모리야 히로시는 후회 없는 인생 이모작을 위해 아무리 쓰러질지라도 방황하지 말라고 했다. 큰 뜻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인생의 목표를 정했다면 생각지 않는 암초돌이나 생각처럼 성장하지 않는 미션일지라도 보여 지는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가 더 큰 의미가 있기에 오늘이라는 현실 앞에 주눅 들지 말고 뜻을 품었다면 인내하며 농부의 심정으로 내일을 바라본다면 반드시 웃으며 심은 것을 거둘 때가 오리라. 하지만 여기에 버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중요한 원리가 있다. 인생은 원래부터 정답이 없었다. 일이 생기면 매사 원인을 찾으며 토 달지 말고 아프면 아픈 대로 억울하면 억울한 대로 손해 보면 손해 보는 대로 ‘그럴 수도 있지’하며 '쿨(cool)'하게 뒤돌아보지 않고 필요 이상 감정 소비를 하지 않으면, 인생은 기가 막히게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게 됨을 멀지 않아 체험하게 된다. 내겐 원래 아무것도 없었기에 사실 버린다는 표현도 무리수다. 그냥 웃고 엎드리면 한 번뿐인 내 인생이 좀 더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죽을 수 있기에 김홍신 작가는 참회(懺悔)하는 마음으로 살지 않았을까싶다. 그래야만 각자에게 '나'다운 행복한 인생이 허락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