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으기

시운 (時運)과 천명 (天命)

自由人 2017. 7. 31. 07:37


시운 (時運)과 천명 (天命)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은

아침, 저녁(朝夕)에 있을 

화(禍)와 복(福)을 알지 못한다.

지네(蜈蚣)는 발이 많으나 

달리는 것은

뱀(蛇)을 따르지 못하고,

닭(鷄)은 날개가 크나

나는 것은

새(鳥)를 따르지 못한다.

말(馬)은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으나

사람이 타지 않으면

스스로는 가지 못하며,

사람은

구름을 능가하는 높은 뜻(志)이 있어도

운(運)이 따르지 않으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문장(文章)이 세상을 덮었던 공자(孔子)도

일찍이 진(陳)나라 땅에서 곤욕을 당하였고,

무략(武略)이 뛰어난 강태공(姜太公)도

위수(渭水)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보냈다.

도척이 장수(長壽)하였으나

선량한 사람이 아니며,

안회(顔回)는 단명(短命)하였으나

흉악한 사람이 아니다.

요순(堯舜)은 지극한 성인(聖人)이나

불초한 자식을 낳았으며,

고수는 우매(愚昧)한. 인물이나

도리어 아들은 성인(聖人)을 낳았다.

장량(張良)도

원래는 한미한 선비였고,

소하(蕭何)는

일찍이 작은 고을의 현리(縣吏)였다.

안자(晏子)는

키가 오척(五尺) 미만이나

제(齊)나라의 수상(首相)이 되었고,

제갈공명(諸葛孔明)은

초려(草廬)에서 은거(隱居)하였으나

능히 촉한(蜀漢)의 군사(軍師)가 되었으며,

한신(韓信)은

닭(鷄)을 잡을 힘도 없었으나

한(漢)나라의 대장(大將)이 되었다.

풍당(馮唐)은

나라를 편안케 할 경륜이 있었으나

늙음에 이르도록 그 자리에 등용되지 못하였고,

이광(李廣)은

호랑이를 쏠 수 있는 위력(威力)이 있었으나

종신토록 봉후(封侯)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였다.

초왕(楚王)은 비록 영웅이나

오강(烏江)에서 자결함을 면치 못하였고,

한왕(漢王)은 비록 약하나

산하만리(山河萬里)를 얻어 황제가 되었다.

경륜과 학식이 가득하여도 백발이 되도록

급제(及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재능과 학문이 성기고 얕아도

소년(少年)에 등과(登科)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먼저는 부유하였으나 뒤에 가난한 사람도 있고,

먼저는 가난하였으나 뒤에 부유한 사람도 있다.

교룡(蛟龍)이 때를 얻지 못하면

물고기와 새우들이 노는 물속에 몸을 잠기며,

군자(君子)도 시운(時運)을 잃게 되면

소인(小人)의 아래에서 몸을 굽힌다.

하늘도 때를 얻지 못하면

해와 달이 광채가 없으며,

땅도 때를 얻지 못하면

초목이 자라지 않는다.

물도 때를 얻지 못하면

풍랑이 일어 잔잔할 수 없으며,

사람도 때를 얻지 못하면

유리한 운이라도 뜻이 통하지 않는다.

옛날

내가 낙양(洛陽)에 있을 때

하루는 승원(僧院)의 차가운 방에서

하룻밤을 신세지게 되었는데

홑겹의 베옷으로는 몸을 가릴 수 없었고

멀건 죽으로는 그 배고픔을 이길 수 없었다.

이때

윗사람들은 나의 무능함을 미워하고

아랫사람들도 나를 위압하였다.

사람들은 다 나를 천(賤)하다고 말한다.

이에 나는 말하기를 

이는 천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운(時運)이며

또한 천명(天命)일 뿐이다.

그 뒤 나는 과거(科擧)에 급제하고

벼슬이 극품(極品)에 이르러

지위가 삼공(三公)의 반열에 올랐다.

직분은

만조백관(滿朝百官)을 통솔하고

탐관오리(貪官汚吏)를 징벌(懲罰)하는

권한을 잡았으며,

밖으로 나가면

채찍을 든 장사(壯士)들이 호위하고

집으로 들어가면

미인이 시중을 들어준다.

입는 것을 생각하면

능라금단(綾羅錦緞)이 쌓여 있고,

먹는 것을 생각하면

산해진미(山海珍味)가 가득하다.

이때

윗사람은 나를 총애하고

아랫사람은 나를 옹호한다.

사람들은

다 우러러 사모하며

나를 귀(貴)하다고 말한다.

이에

나는 말하기를

이는 귀(貴)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운(時運)이며

또한 천명(天命)일 뿐이다.

대저

사람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부귀(富貴)만을 받드는 것은 옳지 않으며,

빈천함을 업신여기는 것도

또한 옳지 못하다.

이는

천지(天地)가 순환(循環)하며 마치면

다시 시작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 송나라 태종 때



강직하고 후덕했던 명재상 여몽정 의 글

      

'좋은 글 모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삿갓은 살아생전   (0) 2017.08.02
70대가 인생에서 제일 좋은 때이다.   (0) 2017.08.01
휴대폰 상식   (0) 2017.07.31
오늘을 사랑합시다.  (0) 2017.07.29
우리는 왜 山에 가야 하는가 ?  (0) 2017.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