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하면 외로움이 친구를 데리고 몰려온다
불행은 혼자 다니지 않고 몰려다닌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외롭다고 뇌까리면
떼를 지어 달려드는 외로움에 포위당하고 만다.
느긋하게 뚜벅뚜벅 말없이 자기 앞의 길을 걷노라면
길가의 아름다운 풀꽃도 만나고
산새들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남편이 떠나자 실버타운에 입주한 그녀는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람들이 그녀의 별명을 지었는데 황당하게도 ‘그때’다.
그녀는 말끝마다
“그때는 겨울마다 따뜻한 지방으로 여행을 다녔는데,
그때는 가을이면 주말마다 등산을 다녔는데…”로 시작한다.
그녀에게는 과거만 있고 현재는 없다.
햇빛 찬란한 오후 3시,
산책에 나설 동행을 찾지만 모두 피한다.
그녀의 ‘그때’ 타령에 질렸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영화관이나 미술관을 가는데
그럴 때면 혼자 집을 나선다.
감상을 위한 나들이는 편안한 자세로 부담 없이
몰입할 수 있어야 하니 혼자가 좋다.
그날도 혼자서 <세이프 헤이븐 Safe Haven>을 보고
상영관을 나서는데
내 연배로 보이는 그녀가 말을 걸었다.
“혼자 오셨군요. 나도 혼자 왔어요.
한 달에 대여섯 번 혼자 이곳에 와요.
며느리가 ‘멋지다’고 추켜세우지만
그 때문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오는 거죠.
오늘 영화 참 감명 깊었어요.
시한부 젊은 여자가 죽음을 준비하며 누구일지,
언제일지도 모를 아이들의 새엄마가 될
여인에게 남긴 편지가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워 가슴이 뭉클했어요.”
이 정도의 감상 수준이라면 혼자 영화를 보러 다닐 만하다.
혼자 문화생활을 즐기면 몰려다닐 때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산책도 혼자, 음악회도 혼자, 식당에도 혼자….
혼자에 익숙해지면 외로울 시간이 없다.
몸은 마음의 언어라고 했다.
마음이 기뻐 뛰면 몸도 기뻐 뛴다.
세월이 흐르고 해가 바뀔 때마다 나이야 먹겠지만
혼자를 즐길 줄 아는 노년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
누구나 언젠가는 혼자가 되는 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