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공격해 뇌졸중 등 유발
홍 교수는 초미세 먼지(PM 2.5) 농도와 질병 등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2015년 한 해 동안 1만1900여 명이 초미세 먼지로 조기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5646명(47.4%)은 뇌졸중으로,
3303명(27.3%)은 심장질환,
2338명(19.6%)은 폐암으로 사망했다.
초미세 먼지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신체 내
▲염증 반응 증가
▲동맥경화증 악화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
등을 유발해 뇌졸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킹스칼리지런던 프랭크 켈리 교수팀이 런던 시내 병원에 다닌 50세 이상 환자 13만1000명의 8년(2005~2013년)간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40%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오염 상황(PM 2.5 연평균 농도 25.1㎍/㎥)은 런던(평균 10.4㎍/㎥)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미국 예일대 시첸 교수와 중국 베이징대 샤오보 잔 교수 연구팀은 2010년과 2014년 중국인 3만1955명을 대상으로 단어 맞히기와 숫자 계산을 하는 인지 능력 실험을 한 결과,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언어와 수리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64세 이상 고령층과 교육을 덜 받은 계층, 남성에게서 인지 능력 저하가 크게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최근에는 초미세 먼지가 우울증과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최근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성인 26만5749명의 거주지별 주요 대기오염 물질 농도와 자살 발생률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초미세 먼지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자살률이 4.03배나 높았다.
◇ 코 또는 혈관 타고 뇌에 들어가
초미세 먼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치매를 일으키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는 초미세 먼지가 코나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폐·혈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동해 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팀은 인체의 뇌에서 유독한 대기오염 입자들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부검한 영국인과 멕시코인 37명의 뇌 조직을 분석해 조직 g당 수백만 개씩의 자성(磁性) 미세 입자들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사람 뇌가 평균 1400g이므로 수억 개의 오염 입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입자들이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입자들과 달리 크고 둥근 모양이라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우리 뇌에는 BBB(Blood Brain Barrier, 혈액·뇌 장벽)라는 구조가 있어서 이물질이 뇌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데, 초미세 먼지는 크기가 작아 이를 통과해 뇌에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철 선임기자 mc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