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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쓰고 평사원 입사한 도요타家 4세

自由人 2018. 5. 18. 06:37


이력서 쓰고 평사원 입사한 도요타家 4세


도요타家 4세에게 부친은 쐐기 박았다
"너를 상사로 모실 사람은 도요타車에 없다"
그는 말단으로 입사해 25년 뒤 사장이 됐다 

출장차 들른 일본에서도 대한항공 사건은 화제였다. 일본 지인마다 TV에서 봤다며 입방아에 올렸다.
그들이 가장 놀라워한 것은 조현민 전(前) 전무의 나이였다. 그녀는 올해 35세다.
24세에 과장으로 입사해 31세 때 전무를 달았다. 계열사 세 곳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남들은 과장쯤 할 나이에 거대 재벌의 서열 6위에 올랐다.
아무리 회장 딸이지만 어떻게 '31세 전무'가 가능하냐고 일본인들은 물었다.

 
한 일본인 교수는 도요타자동차 얘기를 꺼냈다. 지금 도요타의 사장은 도요타 아키오다.
성(姓)에서 짐작되듯 창업자의 증손자, 즉 4세(世)다. 53세에 사장에 올라 10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다.
영락없는 '은수저 코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그가 사장이 된 것은 특전(特典)이 아니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것이었다.

2008년 금융 위기는 도요타에도 타격이었다. 매출이 떨어지고 재고가 쌓였다.
설상가상 가속 페달 결함 문제가 터졌다. 대규모 리콜에 휘말려 거액 적자까지 냈다.
70여 년 만의 첫 적자였다. 당시 도요타는 전문 경영인 체제가 15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월급쟁이 사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위기 앞에서 도요타 이사회가 선택한 것이 오너 경영으로의 복귀였다.
창업자 가문이라야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사회의 계산은 적중했다.
사장에 발탁된 아키오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도요타에 제2 전성기를 가져다주었다.

아키오 사장이 도요타에 입사할 때의 일화가 유명하다. 그가 은행에 다니다 도요타로 옮긴 것은 28세 때였다.
당시 명예회장이던 부친은 이렇게 쐐기 박았다고 한다. "너를 상사로 모시고 싶어 할 직원은 없다."
아키오는 일반 응시자처럼 이력서를 낸 뒤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계장으로 승진했으나 업무 실수를 저질러 다시 강등된 일도 있다.
똑같이 경쟁을 거쳐 한 단계씩 진급해 올라갔다. 가문의 '빽'이 아니라 될 만하니까 사장까지 됐다.

일본에서도 오너 경영자는 드물지 않다. 캐논·산토리·세이코·린나이 등을 창업자 후손이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시키진 않는다. 혹독한 검증을 거쳐 자질을 입증해야 경영을 맡긴다.
반면 한국은 '무조건' 오너 경영이다. 3세, 4세란 이유만으로 경영권을 자동 세습한다.
그 차이가 지금의 대한항공 사태를 낳았다.

조양호 회장도 2세다. 그의 경영 성과는 나쁘지 않다. 경영권을 물려받은 지난 20년간 많은 실적을 올렸다.
대한항공은 고객 만족도 랭킹에서 11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기내식이나 서비스도 톱 클래스로 평가받는다. 조 회장 개인으로는 평창올림픽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
오너 프리미엄 덕분에 유치 활동에서도 유리했을 것이다. 한국식 오너 체제도 잘 운용하면 경쟁력이 있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조 회장의 잘못은 정실(情實)에 치우친 인사 실패다. 자격 안 되는 자녀들을 경영진에 기용해 인사를 망쳤다.
조현민 전 전무는 입사 7년 만에 전무가 됐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2~3년마다 초고속 승진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을 인격 모독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간부로는 결격 사유다.
그런데도 본부장을 시키고 계열사 CEO를 맡겼다.

다른 자녀들이 거친 경로도 비슷했다. 조 회장은 세 자녀 모두 30대 초반에 경영 일선에 올렸다.
성격 장애의 일화로 가득 찬 자녀들을 수뇌부에 포진시켰다. 정상적 기업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인사권 남용이다.
그 책임은 조 회장이 질 수밖에 없다. 자격 미달자를 중책에 앉힌 것은 최고 경영자의 귀책사유다.

이제 조 회장은 경영권 유지조차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권력기관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 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조 회장으로선 내부 직원들이 등 돌린 것이 더욱 아플 것이다.
오너 일가의 의혹이 실시간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직원들이 채팅방까지 만들어 외부에 생중계한다.
이런 조직이 잘 굴러갈 수는 없다. 내부의 마음을 못 사는 CEO가 제대로 경영을 할 수는 없다.
이러다 기업까지 엉망진창 될까 걱정된다.

대한항공이 살고, 오너 가문도 살 길이 있다. 제대로 된 이사회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지금의 '거수기(擧手機)' 이사진은 당장 내보내야 한다.
이사회가 제 역할 했다면 사태가 이 정도까진 아니었을 것이다.
'예스맨'을 자르 고 중립적 인물을 데려다 앉혀야 한다.
오너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진짜 이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구성된 새 이사회가 대한항공의 새로운 경영 구조를 짜도록 위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조 회장의 경영권이 제한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기업이 산다.
그래야 창업자 가문이 잃어선 안 될 마지막 명예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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