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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

自由人 2016. 12. 13. 06:59

 


사후약방문.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사람이


죽은다음에 약처방이 나왔다는 뜻으로


그 시기를 놓쳤다는 의미와 함께


전혀 쓸모가 없는 약방문 이라는 얘기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와 같은 경우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다음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사후약방문도 필요한 것이며


더 이상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세월호 침몰’ 이후의


모든 애도와 수색작업은 엄밀히 말해


사후약방문이다.


 


아무리 많은 인원과 장비가 투입돼도,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가도


이미


죽은목숨은 살릴수가 없기 때문이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참사는


분명히 인재(人災)이며


따라서


우리 모두가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재앙인 것이다.


 


그 이유의 뿌리가 사람에게 있다면


같은일이 되풀이 되지않기 위해서도


사람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


 


과연


우리는 어떤 사람들인가.


무엇이


이런 끔찍한 참사를 불러왔는가.


그래서


사후약방문을 자세히 읽어봐야 한다.


 


덴마크의 고급 홈엔터테인먼트 업체인


‘뱅앤 올룹슨’의 2개가 한 세트인


‘베오랩18 스피커’ 는 그 가격이 996만원이다.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드는 물건인데


소재로 쓰는


참나무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목재다.


지금


이 제품을 주문하면


3개월을 기다려야 물건을 받을수 있다.


 


뱅앤 올룹슨 한국지사는


본사로부터


평균 15%가 더많은 물건을 확보했지만


한달만에 다 팔려나갔다고 한다.


 


독일의 명품가전업체인 밀레는


지난해 12월 선보인


800만원대의 냉장, 냉동고가 다 팔려나가


본사에 추가 주문했으며


전시장의 전시품까지 팔려나가


국내에 재고가 전무하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내 놓은


세계최대크기의


105인치 커브드 초고화질-UHD-TV


그 값이 1억2천만원이다.


 


 


 


삼성전자는


고객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이 초고가의 제품예약을 앞당겼으며


대당 1290만원짜리 78인치 제품도


예약판매를 시작하기 전부터


선주문이 들어오는등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비싼물건이


더 잘 팔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현상에 대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소득과 관계없이 삶의질을 중심으로


주관적인


소비를 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고 했다.


 


스피커세트도, 내장고도, 고가의TV도


모두가 ‘보이는것들’ 이다.


 


보이는것들을


최고품으로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자체는 나쁠게 없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날때의 ‘빈자리’ 가


재앙을 불러올수 있다는 점이다.


 


그 빈자리의 이름이 ‘보이지않는 가치’ 다.


돈도 중요하지만


그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하는


균형감각’ 이 있을 때 인간은 정상적이다.


 


오직 보이는 것,


돈만을 탐했을 때,


배의 객실을 늘려 무게중심이 높아졌으며,


화물을 과적, 복원력을 잃었고,


이를 위해


발라스트탱크의 물을빼서 홀수선이 높아져


배가전복, 수많은 어린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배가


복원력을 가지는 것은


오뚜기처럼


무게중심이 바닥에 있을때다.


 


그 무게중심이 탐욕 때문에


모든 것이 보이는 갑판으로 옮겨졌을 때


배는 뒤집히는 것이다.


탐욕은 그렇게 무섭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명저


‘종교의 기원’을 사기위해


책을 출판한 ‘열린책들’ 에 전화를 했다.


 


대답은,


자기들은 책을 직판하지 않기 때문에


시중에 있는


책방에서 구입하라는 것이었다.


내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내가 사는 신도시 지역에는 책방이 하나도 없다.’ 였다.


결국


송금을 했고 며칠후 우편으로 책을 받았다.


 


노무현정부때


신도시지역으로 지정된후


내가 살고있는 지역은


지금까지도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 신도시에는


엄청난 규모의 아파트단지군과 수많은 식당,


대형마트, 병원등의 서비스 시설은 생겼지만


책방, 공공도서관, 예술을 위한 공연장은 전무하다.


 


문화-文化- 가 없는,


시멘트의 바벨탑이 세워진 것이다.


 


 


 


보이는 것은 가득찼지만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할수 있는 수단이 전혀없다.


보이는것만 추구한다면


우리는


다시 재앙을 만날 확률이 높다.


 


무게중심이 바닥에 있어야 한다는


지식’을 가지지 못한채



배가 뒤집힐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적 지식은


정보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시카고대학은


석유재벌 록펠러가 세운학교다.


건물이외의 투자가 부실해 3류대학이 됐다.


그러나


시카고대학은 8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나이 서른에


총장이 된 로버트 허친스가 만든 기적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고전 백권을 읽도록 했다.


학생들의 반발은 엄청났다.


열권, 스무권까지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쉰권을 넘기면서부터


학교의 침체됐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질문과 토론을 시작했으며


깊은 사색을 할수 있었다.


고전백권이라는 숲을 지나면서


시카고대학은 자신감 넘치는 대학으로 변했다.


 


한 대학이


85명 이라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힘은


지식’이었다.


 


국제여론조사기관인


‘NOP월드’ 가 발표한


국민 1인 평균 주당 독서시간에서


한국은


3시간 6분으로 조사대상 30개국중 최하위였다.


 


책을 읽지않는다는 사실은


우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책방이 없어진 도시는


정신이 죽은도시’ 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서는


무게’ 가 생산되지 않게된 것이다.


나와 절친한 학교동창 김성식은


대학졸업후 ‘두산곡산’에 들어갔다.


 


직장에 얌전하게 잘 다니던 이 친구가


1970년대 초


느닷없이 브라질로 이민가겠다고 나섰다.


그는 브라질에서 옷장사로 돈을벌기 시작,


결국은


큰 공장으로 까지 발전했다.


그후 브라질의 재산을 정리, 미국으로 옮겨갔다.


 


내가 미국에 갔을 때,


공항으로 마중나온 김성식은


여전히 침착하고 겸손했지만


광태가 나는 링컨 컨티넨탈을 몰고나왔다.


 


 


 


우리가 도착한 그의집은 고급아파트였는데


16가구의 2층으로 된


그 아파트가 그의소유였으며


그는 아래층 한 가구에서 살고있었다.


진짜 부자가 돼 있었다.


 


년전 그 김성식 에게서 뜻밖에도 전화가 왔다.


‘나 귀국했어,


나이가 드니까 고향생각도 나고,


그래서 재산을 정리해서 돌아왔네.‘


 


그 김성식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수십년을 떠나있다 돌아온 고국에서


살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 별로 말이없는 그 였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나면서


자기의 소회를 내게 밝혔다.


 


왜 자기가


고향땅에서 살수 없는지를 얘기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무서웠다고 했다.


너무 거칠고, 사납고, 아주 상스럽다는 것이다.


 


전에는


자기도 그 속에서


그렇게 살았을 것 이라고도 했다.


 


법, 질서, 규칙을 안 지키는


무법천지같다고 했으며,


시위문화의 폭력성과 확성기 소리에 놀랬으며


그 어디에서도


남을 배려하는 여유를 볼수가 없었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서워서 운전을 할수 없다고 했다.


그의 결론은


아주 간단하고 실제적인 것 이었다.


여기서는 안정(安定)을 가질수가 없다.’ 였다.


 


안정은 흔들림이 없는 상태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게중심이 바닥에 있어야 한다.


 


무게중심의


다른 이름이 ‘지식’ 이며


그것은


이 아니라 종이책을 읽어야 얻을 수 있다.


 


책방도 도서관도 없는 도시에서


지식은 만들어 질수가 없다.


그러니


안정이 없는 것이다.


 


서울대 국어학 교수인 로버트 파우저는,


서촌에 있는


대지21평, 건평12평짜리 한옥에서 산다.


1930년대에 지어진


낡은 한옥을 사서 리모델링한 집이다.


그의 한옥사랑은 유별난데가 있다.


 


 


 


그는


일본에서 13년을 살았으며


한국에서도 13년을 살았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얼큰한 매운탕과 새침한 스시를 떠 올리면 된다.


 


한국인들은


낙천적이고 감성적이다.


반면


일본인들은


내성적이고 섬세하며 계획적이다.‘


정곡을 찌르는 얘기다.


 


낙천적 이라는 말은


세상이나 미래를 즐겁고 밝게 보는 것이다.


감상적 이라는뜻은


경험적 자극에 대해 그 반응이 빠른 마음의 상태다.


 


어떤일이 있을 때


냉정해 지기 보다는 흥분해서


큰 쏠림현상이 일어나는게 그 때문이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과학적분석과 진단없이 일어났던


광우병촛불집회’ 다.


 


세계를 향해 부끄러웠던 일임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섬세하고


계획적인 일본인들의 냉정함이


우리에게는 부족한게 사실이다.


 


따라서


사후약방문은


절대로 감성적으로 읽으면 안된다.


의미가 없이지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학적지식이 있어야 한다.


 


1993년 10월의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에서는 292명이 죽었다.


1994년의 성수대교붕괴 에서는


32명이 상판과 함께 강으로 떨어졌다.


1995년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에서는


101명이 죽었으며,


같은해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에서는 실로 501명이 죽었다.


 


 


 


1993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8,422달러였고,


세월호가 침몰환 지금은


그 3배인 2만6000달러 선이다.


그런데도


다시 304명의 목숨을 잃었다.


 


참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후약방문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며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집단 건망증’ 때문이다.


 


사건이 터지면 난리를 치다가도


조금 지나면 깨끗이 잊어버리는 것이다.


계속 그래왔다.


섬세하고 계획적인 면은 부족하고


감성적인 면이 자나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


바뀌지 않으면


머지않아 대형참사는 또 일어나게 돼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절대로 거창한 일이 아니다.


작은 것,


기초적인 것,


기본적인것에 충실하면 된다.


 


지금 우리들은 손에는


첨단IT기기인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만


생각의 틀, 사고방식은 소달구지 수준이다.


실로


모든 잘못의 뿌리가 이 불균형에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값-돈만 추구하면 바꾸지 못한다.


 


값으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법과 질서,


규칙을 지키는 것은 가치의 세계다.


거기에는


자기철학이 있어야 한다.


옳고 바른 것을 추구하는 정신이 그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겪어온 대형참사들을


후진국현상’ 이라고 부른다.


 


원로스님 한분이 말씀하셨다.


‘그동안의 구호가 잘 살아보세 였다면


이제는


올바로 살아보세로 바뀌어야 한다.‘


맞는 말씀이다.


정말


잘 살기 위해서는 올바로 살아야 한다.


 


‘세월호침몰’ 이


결정적인 계기기 되게 해야한다.


그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지 않으면


우리에게 희망은없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도록 노력해야한다.


 


 


 


노란리본을 옷깃이 아니라


마음에 달아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국의 가장 큰 적은 속임수다.-도산 안창호.


 


by/yorowon